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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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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 암흑 어쩌지? 끌어들일 생각은 없었는데피가 흐르잖아. 지혈부터해야…그놈은 어디로 간거지? 멀리 가진 못했을텐데…그보다 얜 인간이잖아.인간 피냄새가 나도 알정도로 진동한다고.부처 스트리트가 이 근처인데!너머에서 우리같은 인간의 취급은 지옥인데…어쩌지?대체 어떻게 해야하나…
007. 오감 낭자한 선혈이 흰색옷을 점점 물들여갔다.통증을 느낄 여유마저없이 일레인은 정신을 차리려 안간힘을 썼다.저 이빨은 뭐지?사람의 이빨이라기에는 마치 짐승처럼…방금전까지 선하고 안쓰럽게 느껴지던 로드모어의 눈에 핏줄이 솟아있었다. 광견병 환자같은 몰골이었지만 일레인의 머릿속에서는 잊으려했던 남자의 말이 떠올랐다.정말 저 남자가 인간이 아니라면?나는 이대로 과다출혈로 죽는건가?아니, 내가 죽어 막지못해저자가 사람들에게 해코지를 한다면…생명의 줄다리기와 직업적 사명감.하지만 그 상황에서 가장 엄습했던건 서늘하고 어두운 경찰서에서 자신만 있다는 두려움, 외로움이었다.일레인은 일어나야한다는걸 알고있다.알고 있었지만 무거운 족쇄가 그녀의 마음을 짓눌렀다. 이러면 안돼, 일어나야해…일어나야한다…일어나지 않으면…깨끗했던 ..
006. 진실 혹은 거짓 -아아! 미안합니다. 난 그저…노인은 일레인을 확인하고 머리를 감싸며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온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며 특정 문장을 계속해서 반복했다.-저자가 날 죽일거야! 날 그년앞으로 끌고가서 갈기갈기 찢어버리겠지…여기왔다더니 당신은 대체 어디있는거야…저자가 날 죽일거야! -진정하세요, 로드모어씨. 여긴 경찰서고 당신이 원하지않는 이상 누구도 당신을 억지로 데려가지못해요. 기물파손죄는 해당될지 모르지만, 남자의 말과 달리 로드모어에게서 경계해야할 요소는 딱히 보이지 않았다. 일레인은 그를 정신병동에 직접 데려다주는게 옳은일이라 결론을 내렸다. 곧 교대할 사람이 올때까지만이라도 그를 안심시켜 잠이라도 재우면 수습은 천천히 하면된다.-원하신다면 찾으려는 분을 찾는데 협력하겠습니다. 우선 주무세요. 잠을 ..
005. 외지인 -저 여자, 얼마안가 죽겠군.남자는 혀를 찼다. 최선을 다해서 설득하려했으나들어먹지 않으니 별 수 있나. 그러나 얼굴이 아는 사람과 닮은 것이 무척 걸렸다. 철로 만들어진, 마법마냥 스스로 움직이는 마차가 길에 깔려있고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았을때 그 자신은 여기가 처음 와보는 곳이라 확신했기 때문이다.적당히 로드모어를 주워온 사람들에게(하필 떨어진 곳도 정신병동이었다!)범죄자라 간략하게 말하고 추적을 했을때까지만해도 좋았다. 하지만 하필 마주한게 일레인이라니, 아니 일레인은 아니지…외조모라고 말한 것으로 봐서는 그녀는 어쩌면 이미…남자는 지금당장 막무가내로라도 건물에 들어가야 한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발을 움직일 수 없었다. 자신은 고작해야 몇년이 지났다고 생각했건만, 또래친구는 다 큰 증손주까지 본 ..
004. 폭풍전야 ‘참 이상한 남자야.‘일레인은 남자를 우선 내보냈다. 자신의 외조모를 아는 것이 신경쓰였지만, 모든 상식에 기반해 생각했을때 그가 외부인이라는 사실은 변함없었다. 이까짓 작은 서안에서 숨은 삐쩍마른 70대의 노인이라면 자신 혼자서도 무리없이 저지할 수 있을테니까.-로드모어씨? 그 남자는 내보냈습니다. 그러니까 걱정하지말고 나오세요.쿠다당! 콰당!소리가 닿는 곳으로 향해도 물건의 파편만이 튀어있을뿐 로드모어의 모습은 보이지않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남자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그가 정말 살인자라면?애시당초 경찰로서, 살인자라면 방치할 수 없게된다. 당장 오겠다면 병동에서 아무런 소식도 없는 것도 수상하다. 아니, 이쯤되니 바깥으로 내보낸 남자가 도리어 위험인물이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일단 로드모어..
003. 홉고블린 -요정?일레인은 어쩌면 로드모어씨보다 이 남자가 미친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병원측에서는 분명 탈출한 사람은 로드모어 한사람이라고 말했다. 사람을 곧바로 보내겠다고 했으나 감감무소식인데다 정작 중요한 로드모어씨는 행방을 감췄으며, 서 내부 곳곳에서 기물이 파괴되는 소리가 거슬렸고 막무가내인 정신나간 외부인은 무단으로 들어오려고 안달이 났다.게다가 요정이라니? 외조모로부터 옛날에는 집요정이라는 존재가 있다는 말은 얼핏 들은 적이 있다. 마법학교에 들어가는 소년의 책에서도 제법 활약이 있는 등장인물로 나오기도 했고.(일레인은 어릴때 이 영화를 참 좋아했다.)그 존재가 어딘가에 존재할수도 있지, 세상에는 아직 개척하지 못한 곳이 많으니까. 당장 외계는 커녕 지구 내부에 어떤 종이 존재하는 지조차 ..
002. 로드모어 처음 그들은 인간과 공생했다. 자신들의 보금자리에 돌을 쌓아 거처를 만들때도 그들은 결코 화내지 않았다. 도리어 음식만을 받아먹으며 그들의 집을 지켜주었다. 그러던 어느날 세상이 바뀌었다. 인간은 자신들 이외의 존재는 ‘신이 창조물을 만들다 튄 파편’ 정도로 여겼다. 그렇게 대학살이 시작됐다. 실제 칼로 심장을 도려낸것이 아닌 존재의 몰살이었다.그들은 너나할것없이 서둘러 ‘너머’로 갔다. 그곳에는 자신들과 같은 존재들이 거처할 수 있는 안식처였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 스스로가 이미 인간과 공존한 지 오래되어 자신들이 누구인지를 까먹었다. ‘나’는 누구인가? 이 철학적인 주제는 그들 존재에 결코 도움이 되지못했다. 그들은 그저 안락한 집으로 가 인간이 구워둔 피칸파이를 한조각 집어먹고 구석탱이에서 잠이나 ..
001. 일레인 일레인은 로드모어를 진정시킨 뒤 낯선 방문객을 맞이했다. 허름한 행적에 역사마을의 직원이 입었을 법한 낡은 베이지색 착장을 한 금발의 청년이었다. 겉보기에는 일레인과 연배가 비슷해보였다. 도저히 방문목적을 알아차릴 수 없는 인물의 등장에 일레인은 놀랐지만, 그보다 더 놀란건 상대방이었다. -일레인? 일레인이야? 일레인은 무척이나 놀랐다. 이렇게 화려한 남자가 기억에 남지않기도 쉽지않은데 자신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누군지 알 수 없었다. -저, 실례지만 누구신지? -나야, 잭! 잭 필리그림! 아, 잠깐. 내 이름은 이게 아니었는데, 뭐지? 해밀턴? 알버트? 아아, 뭐 아무려면 상관없나. 그렇게 말하고 그는 일레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너는 정말 예전하고 변한게 없네? 결혼은 했어? 아이는 낳았고?..
[프롤로그]환상관리인 -나는 다른 세상에서 온 임금님이다! 너희들은 모두 나를 경배하여라!“정신병동에서 탈출한 환자를 잡았습니다. 네네, 70세의 로드모어씨와 인상착의가 일치하고요. 일단 서에서 보호하고 있겠습니다. 아니, 로드모어씨 또 옷을 벗으려고 하시면 어떡합니까!”맙소사, 지난주에 일어난 연쇄살인에 대해 조사하기도 바쁜데 이 난리법석은 또 무어람. 일레인은 한숨을 푹 쉬었다. 최근 계속되는 야근으로 얼굴에는 짙은 그늘이 꼈고 머리마저 푸석했다. 가뜩이나 머릿결도 좋지않아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할때마다 머리가 뚝뚝 끊어지는데, 이래서는 아까운 청춘을 경찰서에서 다 보내게 생겼다.이번 주말에는 브로드웨이팀이 직접 오는 ‘위키드’ 공연을 꼭 보러가고 싶었다. 하지만 불금에 이모양이니 아무래도 미뤄야할듯 싶다. 세상에는 초록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