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계획

(36)
025. 임무 그건 정확히 한달 전의 일이었습니다. 여왕은 저를 불러 홉고블린의 거주지에 가서 상황을 보고오라 일렀죠. 저는 여왕의 가신 몇과 함께 그곳으로 향했는데, 맙소사…그건 제가 본 풍경 중 가장 끔찍했습니다. 부처 스트리트도 가본 제가 말이죠! 생존자를 파악하려했지만 모두 숨이 붙어있지 않았습니다. 가족의 안위를 확인하려던, 다른곳에 지내던 가족들은 저를 따라오는 동안 일말의 희망을 가졌지만 소용없었죠. 저는 짐승의 이빨자국같은 흔적을 시신에서 찾았고 곧바로 누가 그랬는지 증거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사건은 한밤중에 - 모두가 잠잘때 일어나 그들은 대처할 새도 없었습니다. 외부의 출입구가 문이 잠겨있어서 강제로 열고 들어왔던 걸로보면 단순한침입이 아닌 이 상황을 누군가 의도했다는 걸로 볼 수 있어요. 짐승이었다..
024. 마녀 “하! 그 말을 지금 믿으라는 건가!”인어들을 선동했던 남자가 돌연 무리앞에 나섰다. 아이는 놀라 제 어미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러나 다른 인어들의 시선은 순식간에 일레인에게 꽂혔다. 그러나 일레인은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기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마녀였어? 우리는 마녀를 건드릴 뻔한건가?”“또 마녀였어? 이제 지긋지긋해! 우리를 내버려두라고!”“잠깐, 왜 마녀인데 아이를 구한거지? 누가 뭐라도 설명을 해보라고!“무리가 허둥대는 걸 보던 남성이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마치 무리와 소통하는 돌고래 같았다. 무리는 곧 잠잠해졌다. 남자가 이어말했다.”나이가 들면 살아온 세상에 제 고집이 생기고, 너무 어리면 눈에 보이는게 전부인줄 알지. 여러분, 진정하십시오. 저 인간여자가 마녀라는 사실은 그저 아..
023. 진상(2) “아만테!”여자 인어하나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일레인은 자연스레 그녀가 어머니임을 직감하고, 팔을 뻗어 자신에게서 벗어나려는 아만테를 놓아주었다. 아만테는 쪼르르 달려가 어머니에게 안기면서 눈물이 조금 새어나왔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안정을 빨리 취했다. 아만테의 등장에 잠시 당황했지만 남자는 목적을 잊지않았다. “불쌍한 아만테, 얼마나 무서웠을까? 여인이여, 아이의 눈을 가리시게. 그대의 아이를 위협하는 적을 이 자와 함께 지옥으로 보내버릴테니까.”“잠깐, 저자는 아이를 데려왔고, 무사히 돌려보냈잖소. 그까지 죽일건 또 무엇이오?”그중 이지적인 자가 손을 들고 불었다. 다른 이도 물었다.“그렇게 따지자면 이자도 마찬가지지. 우리를 위협하지는 않았잖아. 우리를 괴롭힌건 다른 자라고.”인어들이 웅성댔다...
022. 진상(1) 그때까지도 일레인은 이 상황이 자신의 착란으로 일어난 환상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정신이 번쩍 든건 어린아이를 죽이겠다는 괴상한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눈을 떠보니 푸른 비늘이 하반신을 감싼 아이가 목놓아 울고 있었다. 아까와 달리 다행히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통증도 어쩐지 옅어졌고, 정신도 어느정도 돌아온 느낌이었다. 눈앞의 아이가 아직도 일레인이 처한 상황에 확신이 들게하지는 않지만, 아이를 구하는데 겉모습은 상관이 없었다.일레인은 경찰이다. 시민을 지키는 그가 눈앞에 곤경에 처한 아이를 환상으로 치부하고 외면할수가 있을까. 그녀는 아이를 안아주고 달래었다. 아이는 처음에는 일레인의 손길을 거부하는 듯 했으나 등을 토닥이자 안정을 찾았다. 일레인은 아이에게 부모를 마지막으로 본 순간에 대해 물으..
021. 독백 -일레인, 일레인 맞지? 아니 그럴리가 없어.백발의 할머니가 되었거나, 죽었을텐데.그렇지만 너무 닮았잖아, 설마 후손인가?게다가 다 죽어가고 있네…이대로 그냥 두기에는 찝찝한데. 그나저나 그 자식은 저런 어린애를 여기에 남긴거야? 저걸 죽이기에는 좀 찝찝한데. 하여튼 동족이라는 것들이 더 하다니까. 인어가 순수하기는 무슨.이런 찝찝한 상황 너무 싫은데. 큰일났네, 또 변덕이 나기 시작했어. 이 변덕때문에 징글맞은 스토커까지 붙었는데, 나도 참. 백년이 넘더라도 성장을 안한다니까?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으음, 그래도 역시 마음을 따르는게 후회가 없겠지? 나는 언제나 그랬고앞으로도 그럴테니까…
020. 오갈데 없는 분노 그들은 동족의 원한이 전부 관리인에게 있다는 양 그를 노려보았다. 물론 그중에는 이성적인 자들도 있어 문제의 원인이 관리인에게 있지만은 않다는걸 지적했지만, 대중은 잠정적으로 그동안 쌓여온 분노의 표출에 동의해 침묵을 유지했다. 관리인은 자신이 목숨이 태풍앞의 촛불처럼 위태로운 사실을 직감했다. 당장 그들이 바다로 자신을 끌고들어가도 즉사였다. 특유의 냉정함으로 그들의 분노가 특정 종족에 대한 원한인걸 알아챘지만, 이는 이성적으로 설득해서는 될 일이 아닌 것도 가장 잘 아는 것이 그였다. ‘너머’에는 이런 종족이 가득하니까.화풀이 대상으로 갈기갈기 찢어죽는 게 결말이라면 받아들이겠지만, 그들의 분노의 원인으로 미루어보아 이 분노는 자신이 바위 뒤에 숨겨둔 일레인에게도 쏟아질 것이 분명했다. 이쯤되니 관리..
019. 로드모어의 번뇌 그 여자는 아름다웠다. 종족을 넘어선 아름다움이라 감히 생각했다. 로드모어는 살아오면서 어떤 보석도 아름답다 생각한 적이 없었지만 그녀만큼 보석이 아름다웠다면 재물에 욕심을 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어린시절 꿈으로 따지자면, 로드모어는 왕보다는 왕자가 되고 싶었다. 악마를 줄리치고 아름다운 공주를 손에 넣는 왕자. 어머니는 그에게 분수에 맞게 살라 말했다. 홉고블린 여성은 외모는 볼품없을지언정 성실하고 진실되다며, 그가 내켜하지 않는 여성들을 들이밀었다. 로드모어는 가정을 이루고 싶지않았고 어머니의 이런 요구들 또한 성실이 밀어냈다 -그가 나라의 일에 힘을 쓰듯. 하지만 해가 넘어갈수록 느껴지는 외로움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여자는 고블린 숲에서 길을 잃고 쓰러져있었다(로드모어에게 이 숲은 그만큼..
018. 점입가경 관리인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를 생각했다.여왕을 모시는 집요정이 일주일간 휴가를 신청했다. 강한 자를 모시는 크나큰 영예에 부모의 자랑이 되리라 생각한 것도 잠시, 그녀가 마주한건 동족의 피로 얼룩진 고향 풍경이었다.당장 긴급국무회의가 소집되었다. 여기에는 관리인도 참관하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배후에 마녀의 소관이 있는듯 하였다. 처음에 이 사실을 안 대신 몇이 극비리에 처리하자 했으나, 여왕은 반대했다. 수색대는 홉고블린들의 사체에서 동족의 이빨을 발견했으며 이가 한사람이 저지른 짓이라는 걸 깨달았다. 누구인지 특정하려던 그때 왕궁에 한 홉고블린이 나타났다. 왕의 시종이었던 자였다. 그는 다음과 같이 상황을 정리했다.“…임금님이 여자를 하나 데리고 왔습니다. 인간이였죠, 폐하께서도 아시다시피 저희는..
017. 인간혐오 사랑하는 나의 동포여러분!인어는 종족보전을 위해 아이를 많이낳고 젊은세대가 많은 종족으로 널리 알려져있습니다. 그 이유가 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알 사람은 다 알겠지만 이는 우리가 이 ‘너머’로 이주하게 된 원인과도 같습니다. 그래요, 인간입니다. 인어의 수명은 평균 100세입니다만, 실제로는 그의 반도 못살았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인간에게 우리가 ‘식량’처럼 여겨졌기 때문입니다.그들은 선량한 우리에게 멋대로 여러 이름을 붙였습니다. 영생할 수 있는 약, 맛좋은 고기 그리고 노래로 바다로 유혹하는 악마! 그탓에 우리 선조들은 한곳에서 삶을 영위하기조차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인간을 피해 너머로 왔습니다.물론 너머에서의 삶이 꼭 안정적이었던건 아닙니다. 너머의 종족들중에서도 저희를 사냥하려는 존..
016. 꿈 일레인은 정신이 몽롱해졌을때 어린시절의 꿈을 잠시 꿨다. 증조모와 함께하던 시간은 그의 인생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좋은 시간이었다. 달콤한 과자와 함께 가지는 티타임, 증조모가 들려준 흥미로운 얘기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증명이라도 된듯한 물건들(물론 골동품점의 모조품이라는건 후에야 알게 되었다)그중 일레인이 가장 재미있게 들었던건 소년의 이야기였다. 금발머리에 부자이지만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대했던 밝고 다소 엉뚱한 아이. 무엇보다 이 이야기를 할때의 증조모의 얼굴에서는 잠시나마 화색이 돌았다.-당시 난 책을 읽지못할정도로 가난했는데 항상 날 위해 제 아버지의 서재를 몰래 열어주었지. 내가 가장 즐겨읽은건 추리소설이었어.-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어? -글쎄, 마법사가 되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힘들어도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