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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계획

005. 외지인


-저 여자, 얼마안가 죽겠군.

남자는 혀를 찼다. 최선을 다해서 설득하려했으나들어먹지 않으니 별 수 있나. 그러나 얼굴이 아는 사람과 닮은 것이 무척 걸렸다. 철로 만들어진, 마법마냥 스스로 움직이는 마차가 길에 깔려있고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았을때 그 자신은 여기가 처음 와보는 곳이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적당히 로드모어를 주워온 사람들에게(하필 떨어진 곳도 정신병동이었다!)범죄자라 간략하게 말하고 추적을 했을때까지만해도 좋았다. 하지만 하필 마주한게 일레인이라니, 아니 일레인은 아니지…외조모라고 말한 것으로 봐서는 그녀는 어쩌면 이미…

남자는 지금당장 막무가내로라도 건물에 들어가야 한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발을 움직일 수 없었다. 자신은 고작해야 몇년이 지났다고 생각했건만, 또래친구는 다 큰 증손주까지 본 상태다. ‘너머’와는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건가? 그렇다면 나는 여기서 죽었다고 여겨지는 걸까? 아니, 애시당초 내 이름이 왜 기억나지 않는 것일까? 저쪽에서의 ‘인간’이라는 호칭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던걸까?

자신의 문제만으로도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우선시할 일은 아니었다. 남자는 처음보는 아가씨의 얼굴을 다시 떠올렸다. 자세한건 모르겠지만 그 아가씨를 죽게 내버려두면 일레인이 지옥에서라도 올라와 자신을 다그칠 것 같았다.

고작 문전박대를 당했기로서니 눈앞에서 죽게 냅둘거야? 너는 그런 애가 아니잖아?

알아 일레인, 나는 그런 애가 아니었지.
하지만 지금은 내 자신의 이름조차 누구인지 모르겠어. 나에게는 언제나 돌아갈 곳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 지금은 그조차도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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