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판 <국보>가 ’패왕별희‘를 노렸다면
원작 <국보>는 ’인생(장예모)’같았다.
생각보다 각색이 많이 되었으니
영화 내용 그대로 생각하고 보지는 말 것.
연기, 화려한 무대, 극적인걸 보고싶다면 영화 추천.
좀더 세세한 인물 감정과 여성 서사(소설쪽이 확연히 세밀하다.), 부녀지간 서사(아야노에 대해서 키쿠오의 애정이 결코 냉정하지는 않았다)를 보고 싶다면 소설 추천.
영화는 사람을 절제하고 감정을 절제해서
가부키라는 극을 통해 감정을 배출해낸다.
도죠지의 풋풋함(어린시절 공연)
소네자키 신주의 감정묘사
초연한 백로아가씨
영화를 보면 사실 하루에라는 인물이 그저
첫사랑 배신하고 슌스케와 도망간 인물정도로 보이지만, 소설을 보면 과연 따라서 문신을 새겨넣을 정도로 의협심이 넘칠만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쪽이 하루에답다는 느낌이 들었음. 이 서사가 영화에서는 아키코에게 어느정도 전이된 듯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는 단시간에 나와서 여성서사가 절제된 느낌이 들었는데 소설로 풀어줘서
확실한건 갈등이 더 존재하지만 이쪽의 키쿠오가 ‘덜’ 외롭다. 성공해서 돌아온 벤케이 ‘토쿠지’, 3대째라고 부르며 지켜봐온 타케노, 죽어서까지 키쿠오를 봐주는 슌스케, 그리고 의협심으로
쉴 곳이 되어주는 후지코마,
그리고 마침내 아버지를 보게되는 아야노까지.
아야노도 이쪽이 좀 더 입체적이긴 하다.
<분노>때부터 느낀건데 부녀지간의 갈등을 상당히 잘써내는 작가라 생각.
사실 하편을 기대했던건 영화의 이 장면이 어떻게 표현되는가 궁금해서이기도 했다. 영화에서 만기쿠의 대사와 함께 가장 좋았던 대사였고 어린 아야노와의 대화도 수미상관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의역)
“나는 당신을 한번도 아버지라고 생각한 적 없어요.
여기까지 도달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상처입혔다고 생각하세요?
그래도, 하나이 한지로를 보고 있으면 마치 새해를 맞이하는 것 같이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고 - 마치 모든 지 잊고 여기로 오라고 하는 것 같이, 생전 보지 못한 곳으로 이끌려가는 기분이 들었어요.
정신을 차리고보면 엄청 박수를 치고 있었죠.
아버지, 정말 일본 제일의 가부키 배우가 되셨군요.”
소설에서 좋았던 부분은 여기.
무슨 이유든 광인이 행복하다는 헛소리를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고 타케노는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이유를 거부하려고 하면 할수록 먼 옛날 몸싸움을 벌인 그 소년이 나타나서…..
“난 좀 더 할 수 있어. 난 좀 더 춤출 수 있어. 그러니까 좀 더 좋은 무대에, 훨씬 아름다운 세계에 설 수 있게 해줘!”
그렇게 말하며 눈을 빛내는 것이었습니다.
광인의 눈에 보이는 것이 만약 완벽한 세계라고 한다면, 키쿠오는 이제야 그토록 원하던 세계에 서 있는 거겠지요. 연기만으로 살아온 남자가 결코 막이 내리지 않는 무대에 서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누가 일반잊의 가치관을 그에게 강요하고, 제정신으로 돌아와 그가 이해할 수 없는 세계에서 살아가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손녀 키에의 병실에서 자신의 분장한 얼굴을 보며 ‘악마같다’고 생각한 키쿠오, 광인으로 빗대어지는 키쿠오. 그리고 영화에서 표현한 인간이 아닌 정령 그 자체가 된 키쿠오 - 나타내는 극과 표현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그 본질은 영화나 소설이나 다를 바 없으리라.
+
오늘 하늘로 올라가신 한 배우분이 떠오른다.
마지막까지 연기에 진심이셨던 분으로 기억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부디 그곳에서 편히 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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