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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계획

033. 일레인의 꿈


일레인은 이 모든게 꿈이라면 대체 무슨 의미를 지닐까에 대해서 다시 돌이켜보게 되었다.
내가 피곤했나? 지난번에 본 영화는 호러물이었는데, 그게 무의식과 뒤섞여서 이런 꿈을 꾸게
만든건가? 꿈이란걸 인식했다면 깨어나야하기 마련인데, 어찌된 일인지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게다가 내 꿈의 피조물일지도 모르는, 생김새가 자신이 봐온 것과 무척 달라서 처음에는 익숙치않았던 인어들의
대부분은 자신을 경계하고 있었다. 신원을 증명해줄 관리인이 눈앞에서 사라진 탓이 클지도 모른다. 
그러나 연장자로 보이는 인어가 그들을 통솔했으며 일레인이 자신을 구해줬다 생각한 어린인어와 그 가족은
일레인에게 호의를 베풀어 주린 배를 채을 수 있어 먹을 것을 가져다 주었다. 꿈일텐데, 신기하게
구운 생선의 감칠맛이 느껴졌다.무엇보다 설령 그들이 일레인을 경계하더라도 눈앞에서 일레인이
또다시 종족을 혼란에 빠뜨릴 괴한을 쓰러트려준걸 봤기 때문에 여왕의 군대가 상황을 살피러 올때까지는
그의 무력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보아하니 자신의 상처는정황상 인어의 비늘로 나은듯 했다. 동양권의 전설중에는 인어가 불로장생을 하게해준다는
소문이 돌아 위정자들이 앞다투어 인어를 사냥했다는얘기가 있을 정돈데, 실제로도 그런 효과가 존재하는 모양이었다.
그덕에 상처는 아물긴했으나 아직 흔적은 남아있었다. 그보다 더 충격이었던건 눈앞에서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 -
제압하기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으나 아직 로드모어가 공격했을때의 공포는 몸에 남아있었다. 대체 저자는 어떤 자일까?

여왕을 알현하러 떠난 관리인의 말대로면 그에게 보이지 않더라도 마녀와 협잡한 증거인 표식이 남아있을것이고
로드모어가 홉고블린 종족이 지닌 커다란 코로 그 옅은 냄새를 맡아 공격했을 것이라 한다. 그는 마녀라는 또 다른 가상의 존재에
대해 얘기했다. 로드모어는 한때 홉고블린들의 이상적인 왕이었으나 마녀에게 미쳐 제 종족을 학살한 대역죄인이라고.
그러나 어째서인 일레인인 로드모어가 가엾게 느껴졌다. 홉고블린들의 처참한 광경을 목격했다면 분명 다르게 느꼈을거라고,
그도 관리인처럼 로드모어를 천대하며 범죄자로 여겼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일레인이 로드모어를 처음 마주한건 
누군가를 기다리며 낯선 곳에서 목을 놓아 울던 노인의 모습이었다. 이렇듯 로드모어에게는 일말의 동정이 여지라도 느꼈으나 -
혹여 마녀라는 존재가 이 모든 일의 배후라면 그처럼 잔혹한 자도 없을거라 생각했다.

관리인은 무사할까? 출발하기 직전 그의 표정은 무척 어두워보였다. 혹 자신에게 말못할 사정이라도 생긴건 아닐까?

자신은 어떤 형태로 이 꿈에서 깨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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