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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계획

030. 남겨진 문제


“큰일났네”

관리인은 혀를 찼다. 아마 세상에서 가징 불행한 사람을 꼽으라면 그는 스스로를 꼽을 것이다. 그의 계획은 처참하게 틀어지고 말았다. 로드모어는 비밀을 간직한 채로 행복한듯 죽어있었고, 이미 인어들의 밀고자는 달아났으며 인어들은 갑작스런 사건에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그중 가장 관리인의 심기를 건들고 있던것은 일레인이 꺼내든 검은수정의 파편이었다. 그걸 본 순간 - 그는 얼핏 잊고있던 과거를 떠올렸는데 그리 좋았던 순간은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비참한 순간에 가까웠다.

일레인은 인어들을 달래려 안간힘을 썼다. 노인은 그를 도와주기위해 다시 날카로운 소리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진정들 하시게! 이럴수록 정신을 바싹 차려야해. 우리는 지금 생각보다 더 큰 흐름에 휩쓸릴 뻔한 모양이니까.“

노인의 말에 인어들은 일단 진정했다.

”세상에나. 트래펄은 신실한 젊은이였는데…어째서 이런 일을 꾸민걸까. “
”우선은 인어연안의 위치를 더 이상 들키지 않게 조치를 취하는게 중요할 듯 합니다. 충격받으신 것도 이해가 되지만…“

그리고 관리인은 뒤돌아 일레인에게 말했다.

”계획을 변경해야겠다. 사건이 일어났다는건 반대로 말하면 이곳에는 당분간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적다는 거지. 목적을 달성하고 간 셈이니까. 차라리 내가 빠르게 혼자 여왕께 보고를 올리는게 낫겠어…어르신, 제가 이 일을 해결하는 동안 그녀의 안전을, 인어종족의 이름을 걸고 보장해주실 수 있으런지요?”
”뭐! 잠깐만!“

일레인은 당황했다. 피곤할때 꾸는 꿈같이 느껴지는 상황에서 혼자 남는건 더욱 질색이었다.

“네가 돌아갈 방법을 안전하게 알려면 이 수밖에 없어. 내가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방치되어 있었다면 - 아마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일거야. 물론 내가 길을 잘찾는 것도 있겠지만…“
“트래펄이 한 짓은 충격이지만”

노인이 말했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건 종족의 안보에 대해 다시 의논해야할 때도 된다는 거겠지…우리에게도 여왕과의 논의가 필요하네. 하지만…우리가 직접 그곳에 갈수는 없으니…”
“일단 여러분은 먼저 몸과 마음을 추스립시오.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려면…방금 전 상황을 봐서는 제2의, 제3의 트래펄이 나올 가능성도 없을 것같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커다란 흐름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이건 여러분 종족의 존폐가 달린 일이니 부디 신중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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