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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계획

035. 길


현재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 요약하자면 - 여왕은 직접 군대를 끌고 이곳으로 행차하고, 일레인은 인어들과 함께 지내며 너머라는 공간이 꿈인지 현실인지를 분간하려하고 있다, 로드모어는 일레인의 정당방위로 죽었고 이 모든 일의 원흉일 마녀 매저리의 행방은 묘연하다 - 그렇다면 이 모든 일을 해결해야하는 관리인은 대체 어디에서 뭘 하고 있단 말인가?

관리인은 거짓말을 함부로 하면 나중에라도 화를 자초한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었다. 눈은 어두운 천에 감싸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팔과 다리는 묶여 봇짐처럼 들려가고 있었다. 새삼 일레인이 자신이 묶었을때 얼마나 두려웠을지가 생각나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부처 스트리트에 끌려가 죽을 수도 있겠지만 - 그런 의도라면 여왕에게 대적할 수 있는 세력정도를 뒷배로 두어야 할것이다.

그렇기에 관리인은 부처 스트리트의 보스인 냄새나는 오거보다는 그 옆에 있던 건장한 자에게 신경이 더 곤두서있었다. 기절하기 직전 대화를 보면 오거가 자신의 거짓말을 잘 전달한 모양이었으나 - 이 자가 그 말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듯 보였으니까. 즉 그대로 죽이기보다는 최소한 그 거짓말을 한 의도를 묻고 죽일것이다. 그러나 그같이 즉각 판단을 할 수 있는 자였다면 이렇개 끌고가기보다 그자리에서 처분했을 가능성이 높다. 즉, 이런 자를 부하로 두고있는 자에게 자신을 끌고 가려는 의도일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을 정리해보니 자신이 어디로 끌려갈지 답은 하나뿐이었다. 아마 인간을 하루 식량정도로만 여길 웨어울프들 - 바넘가겠지! 하지만 여왕의 환상관리인을 끌고갈 정도라면 - 바넘가내에서 여왕만큼의 힘을 가진 권력자에게 데려간다는 소리다.

세르덴, 젊고 아름다운 - 웨어울프와 뱀파이어의 혼혈이라는 - 힘의 절묘한 균형을 이루어 낮도 밤처럼 호령할 수 있는 자다. 여왕 또한 낮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너머에서 가장 강력한 두 종족의 피를 이어받은 - 심지어 뱀파이어에게 뒷전으로 여겨져 조용히 칼을 갈던 종족에서 힘을 키워온 자를  어떻게 설득해야할까? 특히나 인간을 적대하는 자에게 말이다.

아마 오거의 말대로면 여왕을 배신하는 척을 해서 그들의 신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자신의 가짜 신임을 세르덴이, 혹은 여왕이 믿게되는 상황이다. 자신은 어디까지 상정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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