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잔혹함
(스포많음)
솔직히 말하자면 모노노케라는 작품을 제대로 본적이 없다. 다만 입소문은 알음알음 듣고 있었는데 저예산임에도 약장수의 신비로운 분위기와 색감이 일본 고유의 색으로 잘 표현되었다는 감상평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약장수가 인간이 아닌 개념적인 존재인게 마음에
들었고, 관찰자인듯 거리를 둔 태도로 에피소드의 등장인물들을 오히려 그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부각시키는게 인상깊었다
이 이야기는 오오쿠라 부르는 장소(금남의 공간, 쇼군(여기서는 천자)이 마음에 드는 여성을 픽할수 있는 공간. 하렘보단 내명부와 비슷하다고 하며 이 공간에서 높은 지위에 있는건 천자의 첩과 시녀장(우타야마)이다)에서 시작이 된다. 주역이라 할 인물은 글을 쓰는 재주를 아버지에게 인정받아 이곳에 온 아사와 집안을 위해 상경한 가메라고 볼 수 있겠으나 시청자는 파견된 조사관의 입장에서 오오쿠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있다는 사실을 파악하며 화려한 세계에 발을 들이게된다.
제한된 공간의 비밀을 알려주는 은유
1. 오오쿠라는 장소의 특성상 내부 여성들의 직위는 천자의 간택으로 이뤄지는 듯 보인다. 그녀들과 천자의 언어는 작중 중심이 되는 물과 상관이 있으며 그녀들 자신을 꽃봉오리로 여기고 천자의 손으로 피어난다 여긴다. 다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 물은 많은걸 품고있다는걸 알게된다.
2.또한 시종장의 방에는 결혼식을 치르는 여우, 조사관이 머문 방에는 일본원숭이, 가메와 아사의 방에는 순진하게 노는 강아지, 후키의 방에는 으리으리한 동물들이 소나무 아래 모여있는 그림이 나온다. 이는 그들이 오오쿠에서 존재하는 의의를 각기보여주는 듯하다. 조사관들의 여유로운 일본원숭이 모습과 달리 여성들은 단순히 사랑받으려는 듯한 모습이 아닌 오오쿠내에서 권력투쟁을 치열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챕터별 문을 여닫는 그림은 우산요괴에게 사람들이 당하는 모습이며 이는 이 작품의 본질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주요발표가 이뤄지는 곳은 호랑이 그림이 그려져있다. 시종장이 남자들에게 너무 내부를 들여다보지말것을 간접적으로 돌려, 자신의 권력을 내세우는 자리의 그림으로는 적격이다. 개인적으로는 직위가 올라간 아사의 방의 서기관으로 보이는 인물만 사람이고 나머지는 조류인 그림이 인상깊어, 이는 후에 아사가 서기관에 오를뿐만 아니라 내부에서 어떤 변혁을 가져올 것에 다한 복선인듯 보인다.
3. 가메와 아사가 친밀해지는 관계와 대조되어
천자와 후키의 밤일이 비춰진다. 이때 후키가 천자와 교환하며 물을 빼앗아먹는 태도는 다소 탐욕스러워보이지만 가메의 눈물은 그런 행위가 없이도 아사와 이어진다. 아사와 가메의 관계를 끝까지 볼때, 어떤 사랑이 더 가치가 있는지는 확연히 보인다.
4. 얼굴의 색 대조
공적인 자리에서는 푸른색, 마치 물같이 변하고 혼란스러울때는 녹색이 되며 조사관인 남자들을 비웃을때는 황색이 된다. 아사를 높게 칭송하는 시녀장과 첩의 얼굴은 검은 소용돌이로 변한다. 상황과 겹쳐볼때 감정이
극대화된다.
5. 물을 담는 그릇
화려한 비를 담는 그릇은 여성을 상징하는 듯하다. 이런 해석으로보면 천자와 그릇의 물을 번갈아가며 마시는 행위는 자신을 전부 내어주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6. 바람
바람은 다소 정적인 오오쿠에 동적임을 부여하는 대상이다
7. 우산
우산은 비(물)를 피하는 존재이며 또한 자신을 가릴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초반 엑스트라들의 우산은 ‘스스로를 가리지만’ 기타가와의 우산은 비를 피하게 만들어준다.
8. 코케시
오오쿠에서 희생된 소녀들
9. 모노노케
헤이안의 모노가타리 시리즈에도 나오지만
모노노케라는건 사람에게서 비롯된다
모노노케를 베는 검을 쓸 수 있는 때는
형태(드러남), 진실(어떤 이유로 모노노케가 공격했나), 이유(왜 모노노케가 되었나)가
나타났을 때이다.
10. 만화경(같은 배경)
화려함으로 판단에 혼선을 유발하며
이는 모노노케가 곧 드러나자 깨진다
11. 스사노오와 천총운검연출
위의 바람연출과 얽혀 마치 폭풍이치는 바다에서 악과 싸우는 스사노오를 연상케하는 연출. 신적인 존재의 등장은 마치 이 모든 체제가 설립하기 전인 어둠으로 시간을 돌려, 세상을 밝게하기 직전과 오오쿠내에 있는 모노노케의 퇴치와 대비되게하고 있다
작품전개
화려한 요괴물로 보이지만 민속적인 주제로 내부의 문제를 파악해나가는 추리물에 가까운 구성을 지니고있다. 그부분으로도 재미있겠지만 내가 높게 산건 생각보다 현실비판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단 것이다. 옷차림이나 배경을 제외하고보면 작중나온 대사들이 어디선가 많이 들어봤을법한 대사들이라는걸 알 수 있게된다.
가메가 초중반에는 답답해보일수있다. 그러나 아사를 버티게하는 힘은 가메였으며, 후반부에서 가장 변하는 것도 가메다. 그도그럴게 가메는 오오쿠안에서 물을 처음 스스로 버리는 인물이다. 만약 현대에도 적용되는 일본식 암묵적 예법에 의한다면 가메는 즉시 사회에서 배제해야할 대상이다. 그러나 결국 오오쿠를 즐겁게 나가는 것 또한 가메다.
적은 누구인가?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역시 후반부의 울부짖음이다. 앞에서 잘할 수 없을것같아 불안함에 울던 가메와 수미상관으로 후반에는 아사와 조사관이 울부짖는다. 우타야마는 부하에게도 냉정하지만 스스로도 그 체제에서 희생시킬 정도로 체제의 존속을 중요시여긴다.
그렇다, 이 작품 또한 체제의 문제를 꼽고있다.
그리고 말라가며 비명을 지름에도 스스로에게 가장 소중한걸 버려야했던 썩은 체제의 근간을 영리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메시지의 전달은 작품안에서 끝나지않는다. 가메가 규칙을 어기는 행동으로 시청자를 자꾸 거슬리게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지만, 사실 가메만큼 인간답고 솔직한 존재도 오오쿠내에는 없다. 인간으로 위장한 탐욕만이 도사릴뿐.
이 작품의 주인공은 약장수가 아니다. 그는 관찰자로써
모노노케를 퇴치하기 위한 형태, 진실, 이유를 찾을뿐이다. 마치 탐정같은 느낌으로 비춰진다. 오오쿠는 어디까지 썩어있을지, 아사는 과연 끝까지 마르지않을 것인지가 주목이 된다.
오랜만에 ‘작품’이라 불릴 애니메이션을 본것같다.
다소 왜색이 짙지만 담긴 메시지만큼은 현 한국체제(친일파가 도사리는거 아니랄까봐 이런 썩은 체제도 차암 비슷하다)에서도 적용되기에,
꼭 보라고 권하고 싶다
(다소 화면이 정신없을수는 있지만 닥터 스트레인지 정도 인느낌이나 디지털아트라 생각하면…)
그리고 다른 애니메이션의 행보(주술2기에도 적용되는-_-) 다르게 사쿠라이 타카히로의 기용을 바꾼 것도 이해가 갔다. 만약 이 성우를 그대로 썼다면, 이 애니메이션의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이 안되었을 것이다.
주술회전 작가가 이걸보면 많은 생각이 들듯…
굳이 ㅇㅇㅇㅇ가 가메의 위기에만 반응했던건
아마 자신을 좋게봐준게 아사였고
아사만큼은 자신처럼 되지않기를 원해서였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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