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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02) - 모비 딕

피쿼드호에는, 미국이 타고 있었다

미문학사를 들으면 제일 먼저 다루는 역사가 미국인들은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는가다. 우리는 독립전쟁으로 그들이 영국에게서 자유를 얻었다는걸 알고 있지만 과연 영국인과 미국인의 기원이 다른가?에 대해서는 또 다른 답을 해야한다는 점 또한 알고있다.

그래서 미국이라는 나라의 기원을 볼때, 그들만의 문학이라는건 조금이나마 독창적인 성질을 가져야만했다. 적어도 영국과는 구별되는 것으로. 미문학사를 들으면 이 정립에 대해서 처음 배운다.

허먼 멜빌의 ‘모비 딕‘은 그런 점이 유독 잘 드러난 소설이었다. 작가가 이 부분을 노리고 쓴것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 사람의 또 다른 소설인 ’필경사 바틀비‘로도 알 수 있듯 멜빌은 그 시대를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자세한 묘사로 유명하고, 그의 소설들은 당시 미국 사회를 잘 보여준다.

피쿼드호에 탄 사람들이 나열될때 난 인디언이 뜬금없다 생각했다. 당시의 관점에서 인종차별을 제외하고보더라도 이렇게 다양하게 넣을 필요가 있을까 싶었는데, 문득 이 소설이 미국의 특성, 영혼을 나타내야했기에 그래야했던게 아닐까 싶더라.

그렇다면 흰고래 모비딕은 이 소설에서 어떤 존재인가. 사악하면서도 어떤 의미에서는 성스럽기까지한 미지의 존재. 어떤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도달해야할 이상에 가깝다. 이 소설에서 모비딕을 만나 싸우는건 정말 분량이 얼마되지 않는다. 배에서의 갈등, 잡은 고래의 묘사와 나열, 다른 배를 만나는 게 전부다. 즉 소설 모비딕은 모비딕을 만나 위기에 닥치는 과정이 전부인데, 왜 소설의 제목은 모비딕일까?

책의 화자 이스마엘과 원주민 족장의 아들 퀴퀘그는 마치 한몸이라도 되는양 서로를 의지한다. 모비딕에 미쳐버린것 같은 선장과 고래보다 뒷전에 밀려 처참한 결말을 맞이한 소년, 가족을 생각하며 고래를 포기하자고 말하는 일등항해사…이 모두는 내릴 수 없는 한배를 타고, 모비딕을 향해가고 있다.

나라는 정신이다. 땅도 중요하지만, 국민이 어떤 정신을 가지고 어딜 향해 가느냐 또한 중요하다. 그리고 그 목적은 잠시라도 방심한다면 죽을 수도 있는 험난한 바다 위인데다가 위험한 고래도 언제 모습을 드러낼지 모른다. 과연 이 상황에서 선택해야할 길은 무엇일까?

별개로 이 소설에는 고래에 대한 묘사가 좀 많다.
사전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 다만 이 소설이 나온 시대를 생각하면 고래를 있는 모습 그대로 쓰기보다 이런식의 묘사가 고래의 위대함에 대해서 더 와닿았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고래를 좋아해서 이런 세세한 부분도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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