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소매 붉은 끝동을 연출한 감독작이라서 그런지 화면의 아름다움이 상당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에게는 웹툰과 다르게 이것또한 수작이고, 예술에 초점을 맞춘 점에서는 웹툰보다 개인적으로 취향이었다.
예전에 무대는 배우를 위한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게 딱 그경우에 맞는 작품인듯. 연출도 연출인데 배우들의 피나는 노력이 작품에 영혼을 바쳐 임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른 작품에서는 안그랬을거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배우가 극중극을 연기에서 좀 더 와닿는게 없잖아 있기는 하다.
퀴어서사의 한부분을 차지한 부용이의 등장이 사라진건 아쉽지만, 드라마에서 퀴어서사와 성차별서사를 예술과함께 동시에 반영하는건 무리가 있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부용이가 국극 서사에서 기여하는건 정년이의 원동력인 팬이라는 부분*인데 ‘목포에서 성공하려고 국극에 도전하는 정년이’라는 인물에는 다소 초점이 어긋나는게 있긴하다. 나도 부용이 등장이 없는건 아쉽지만, 부용이를 등장시키지않은게 오히려 부용이를 존중하는 것이라 본다. 이쪽은 서사가 다른 드라마로 빼도 될정도로 매력적이라, 12회라는 드라마 한계상 곁다리로 다룰수밖에 없기때문.
* 정정. 원작 내용 찬찬히 생각해보니 후반부 정년이가 연극하는 극이 부용이 작품이었지…무슨 탑 얘기였던거 같은데. 그런데 12회에서 그 부분까지 살릴 여유가 될런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 최애가 부용이였는데…끝난지 꽤된 작품이라 까먹음. 과연 마지막을 마무리할 국극작품을 뭐로 낼것인가…
개인적인 욕심은 여기까지 풀고 대박친 뒤에(시청률보다 넷플릭스 뒷배가 작용되어야 더 부용이서사는 꺼내기 쉬울듯)부용이는 시즌2로 제대로 풀었으면 싶기도함…이 부분이 아쉽긴하군…
갯마을 차차차라는 드라마에 조역중 하나가 레즈비언으로 나온다. 나는 이 시도를 굉장히 높게 사는 편인데, 이정도만 나온 비중에도 꺼려하는 시청자가 많은 것에 굉장히 놀랐다. 아직 세상에는 그런 사람도 있다 수준으로도 용인이 되지 않다는 소리니까. 감독이 거북해서 퀴어서사를 컷했다고 하기에는 옥경혜랑의 묘한 분위기도 은밀히 반영되는지라 이런저런 요건에서 빼는게 더 나으리라 판단했다 보는게 가장 맞을 것 같다.
이 드라마는 개인적으로도 오래 회자되었으면 좋겠다 생각하기에 결과적으로 이 결정은 나쁘지 않았던것같다. 그도그럴게 여성이 남장을 하는 국극자체도 생소하니까.(드라마에서는 보통 남장한 여성이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게 주류를 이루었으니까)
웹툰에서 아쉬운 부분을 찝자면 예술로 성적인 한계를 넘어서는 초월적인 면모를 보고 싶었기에(물론 그 시대사상으로 차별이 만연하다는걸 부각시키기는 해야한다)후반이 아쉬운것도 있는데, 부용이의 빈자리를 확실한 국극 고증들로 채워준 것도 있어 내 취향에는 오히려 더 맞게되었다.
우리나라의 인식이 해외에서 점점 좋아지는 요즘, 그 소식을 살펴보면 한국을 사랑하는 외국인일수록 그들에게 맞춘 뭔가보다는 전통의 것에 더 관심을 표하더라. 나는 정년이가 이것에 아주 맞는 작품이라 생각한다.사실 이전에 ‘정년이 최종리허설’ 이라는 프로그램을 봤는데 그 연출을 보고 드라마가 다소 오그라드는 감성이면 어쩌나 싶었지만 다행히 드라마는 그정도는 아니고 그렇다고 잠잠한 것도 아니니 재미있게 볼 요소는 충분하다.
웹툰을 본 입장에서는 다르게 생긴 캐릭터가 있다고해도 충분히 드라마 캐릭터로서 역할은 다하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본다. 사실 웹툰 캐릭터 맞춘다고 현실에서 맞지않는 요소를 억지로 드라마에 넣는것보다는 훨씬 어울리니까. 무엇보다 연기가 명품이다.
드라마에서 여배우가 흥행에서 역할을 크게해도 막상 남배우가 회자되는 경우가 많은게 아쉬웠는데, 정년이는 이 부분이 없으니 편하게 볼 수 있다. 웹툰의 후반부 갈등요소도 전반에 나오는걸봐서는 어느정도 메인서사는 따라가는 느낌이니 엔딩을 걱정할 필요도 없을듯. 이 드라마 아쉬운게 있다면 디플에서 서비스되는데 넷플도 좀 사가서 아주 여러군데서 방영되었으면 좋겠다.
한국여배우들 이렇게 ㅈㄴ 개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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