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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에서의 사랑


책에 한해서는 욕심을 좀 내는 편인데
사실 사랑 서사는 그리 관심없는 편이다.
그래서 모파상 식 사랑에 더 납득가는 편이고
좋아하는 드라마도 사랑서사보다는 인간 신뢰의 관점에서 사랑이 지속되는 걸 더 선호한다.
육체적 사랑보다는 의리라는 형태로 잡힌 것도 그럴 수 있다 생각한다(그래서 <국보>의 하루에의 행보가, 소설에서는 그리 불편하지는 않았다. 비록 연인은 되지 못했지만(키쿠오가 가부키와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자신을 악마에게 바칠 정도로 사랑하기 때문에, 이건 <달과 6펜스>의 스트릭랜드의 부인이 그가 화가가 되자 곧바로 포기한 것으로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나로서도 이런 경우는 생전 처음이었다
하다못해 ’2차‘로 기대했던것도 저 둘의 관계성은 아니다 그전까지는 나도 뭐 키웠나보네 정도였다.
덕질과 호기심이 시너지를 일으킬 줄도 몰랐고 보통은 작품이 끝나면 자연히 소강되는 감정들이었다. 사실 캐릭터 애정도 이상을 가는 서사들은 그다지 없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데 보다보니 뭐가 좀 다른 거다. 보통 가족이나 집안은 캐릭터 개인이 해소하는 식으로 푸는데, 이 작가는 캐릭터의 관계성을 한 인물을 통해서만 푸는 거다. 그리고 그 근거로 愛를 대고있다. 냉정하다고, 인외라는 식으로 묘사되는 인물에게. 愛에 위기를 부여하는 형식은 서사에서는 흔한 일이지만 그게 개인에게 얽힌다. 그런데 얘는 타인에게 얽힌다. 오히려 봉인되고 난 후가 관계성이 더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19권까지는 뭔가 개인의 시너지가 더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 그냥 그 캐릭터를 알려면 얘를 엮어야하는 상황이었던 거다
(애니 방영때문에 한창 인기가 많았었고 나는 시끄러운 건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최대한 그 캐릭터 파는 건 멀리하려했다. 원래도 다른 작품에서는 주연의 사랑서사보다는 조연, 엑스트라쪽이 탄탄히 잡혀서 그쪽에 더 기울이는 편이고)

그러다 일본 주간잡지 특유의 고질병때문에 작가가 휴재를 장기로 했을 때 대체 뭘까 싶어서 본편, 팬북에서 말한 오마주, 모티브를 읽었다. 읽고보니 생각보다 오마주를 가볍게 쓰는 작가도 아니었다. 제법 신경쓴 관계성이었다. 그리고 정주행을 다시했을때 의문이 들었다. 소년만화에서 愛가 이정도로 잡힐 이유가 뭐지? 그리고 23권을 봤다. 거기에서 이 만화를 끝까지 볼 이유가 생긴거다.

그리고 전개를 그런식으로 마무리해 한편으로는 실망을 금치 못했다. 설정이고 관계성이고 ‘블랙홀(키라키라보시가 무슨 천체인지는 그 전에도 추측하긴 했었다. 중성자별일거라 생각했는데 23권에서 답이 나온셈)’연관이면 좀 더 큰 일을 해야하지 않나? 그래서 내가 틀렸나? 싶어서 블로그에 정리한 것도 좀 있다. 그리고 정리하다보니 도리어 확신이 되었고, 본인이 포기하지 않는 이상 어떻게든 풀기는 할거같더라. 그리고 외전스러운 차기작 모듈러가 나왔다. 살짝 반신반의했는데 17화가 나오고 확신했다. 어떻게든 풀기는 하겠네. 다행히 공백기간동안 관련 내용(블랙홀)도 찾고 나름 정리하긴 했어서 볼때 이해는 생각보다 쉬웠다.

사실 모듈러가 불만족스러운 점이 있다면 본편을 제외하고 볼때 단독 서사로는 그리 매끄럽지 않다는 점이다. 그게 오히려 본편을 아쉬워했던 입장으로는 나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마주를 찾아 본 입장으로서도 그 떡밥에 진심인걸 느낀다. 본편에서 풀어야할 인물(노바라와 후미, 미와, 이누마키)이 안나온건 아쉽지만, 이 정도면 그것도 기회가 되면 풀려고 할 지 모른다.

왜 이 둘이 역대급인가 싶어(愛의 해석의 여지는 있을 수 있지만)헤테로 서사중 愛관계성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을 셋쯤 꼽아봤다. (점프에 하나, 지브리 애니에 하나, 소설에 하나)그걸 곱씹어 보니 단박에 내가 왜 완결이 난 지금도 이쪽을 떨칠 수가 없나가 이해가 갔다. 솔직히 나는 메구미가 여자여도 좋아했을 것 같다. 이 작가는 중성을 오토코노코가 아니라 정말 성별을 초월하려고, 치우침없이 표현하려고 연출을 그렇게 쓴 느낌이다. 서브컬쳐에서도 성별을 초월한 초월자 캐릭터들은 많으니까 뭐.

캐릭터의 매력이야 뭐 대내외적으로 잘 알려져 여전히 인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설정으로 고죠는 매력적이다. (은발벽안이 그전까지도 흔하 디자인이라는 걸 감안해서도)내가 이 캐릭터를 좋아하면 쏟아붓듯 누군가에게 하는 사랑이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을 것도 이해는 간다.
나는 고죠의 사랑(愛)이 참 좋은데, 이게 비밀스러워서 더욱 조심하는 느낌이라 좋다. 다소 무심한 남자가 그것만큼은 소중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 사랑이 어떤 속세의 장애에 가로막히지 않고 도리어 경지에 오르게 하는 사랑이라 좋다. (성별이나 나이도 장애라면 장애다.)누군가가 술식만 아니면 고죠와 메구미가 만날 일이 없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작가가 다브라와 토모에를 엮어준 것만 봐도 술식이 아니었어도 어떤 식으로든 의도했다면 표현했을 것 같다. 그때는 좀 설정이 달라지겠다만.

그렇지만 솔직히 愛의 핵심이 되는 술식이 블랙홀, 웜홀과 엮이는게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팠을까 싶기는 하다. 비슷하게 나는 유타리카도 유타마키도 납득하는 편인데 유타리카가 서사와 함께 이 술식이 엮이기 때문이다. 유타마키는 위에서 말한 愛가 의리의 형태로 나온 케이스라 또 이해가고.(리카가 11살에 머무는데 그걸 평생 안고가라고 하는 것도 납득갈 이유는 아니다)

이렇게 복잡하게 푼 건 절대적이 愛서사들이 잘못 표현되었다간 유치한 형태로 보일 수 있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슬슬 더 생각하는 것도 귀찮아서, 둘을 그냥 세트로 보기로 했다. 사람들이 보는 단독 최강인 고죠는 26권에서 퇴장했으니 그걸 최강이라 보기도 뭐하고, 고죠의 디자인(얼굴)을 봤으면 좋았겠지만 뭐 안그리는 이유도 이해는 간다. 어차피 본편 시점에서 고죠의 愛가 전해진건 메구미의 웃음으로 증명되었고, 함께라는 건 모듈러로 증명되었으니.

지금 보니 이 그림만큼 술식까지 포함해 둘 관계를 잘 그려둔 게 없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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