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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55) - 몬테크리스토 백작

기다려라, 그리고 희망을 가져라!

여태까지 나온 복수극 드라마의 근간이자
소설 그자체로 여전히 재미있는 뒤마의 작품
어릴때 약식으로 읽어서 제대로 읽고 싶었는데
(율리시스 약식도 있더라…청소년 읽기 좋게 옮길때 줄이며 쉽게 풀어쓴 듯)그때 이상으로 재밌다.
차이가 있다면 하이데가 내가 읽은 판본에서는 생략되었는데, 아마 노예 신분이라던가 나이차가 걸린게 아닐까. (그리고 이 어린이는 후에 모 점프만화를 보고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게 된다)

메르세데스와의 관계성의 결말


간혹 읽었다는 사람들 중에 메르세데스에게 미련이 남았다는 느낌으로 해석하는 경우를 보는데, 그보다는 한때 모든 것을 바칠 수 있을 정도로 사랑한 여인이 자신의 복수의 희생양으로 서버린 것에 대한 씁쓸한 감정선(굳이 사랑을 붙인다면 애증)으로 보인다.

메르세데스도 몬테 크리스토 백작에게 미련을 가지기보다 아들을 걱정하고, 그도 메르세데스를 후에 칭할때 ‘사랑하는 여자가 원수와 결혼해서 배신했다’이라는 뉘앙스로 말하긴 한다. 이는 하이데를 꺼려하는 해석이 둘이 아직도 미련을 갖게 한 느낌인데(만약 미련이 있었다면 기꺼이 아들까지도 품었을듯. 물론 이게 성립이 안되니 결국 마무리정도로 끝난것 같기는 하다. 메르세데스는 페르낭의 재산을 가지지 않는 것도 그렇고 분명히 ‘속죄’를 하는 역할에 서있다. 이는 메르세데스가 선량하면서도 복수대상과 엮이기에 그렇게 표현한 느낌이다)
이것 자체가 하이데보다는 백작에 초점을 둔 해석이다.
후반에 백작은 분명히 하이데를 놓아주고 행복을 빌어주며 떠나려하지만 하이데는 백작이 없다면 행복할 수 없다며 떠나는 즉시 자결할 것을 간접 긍정하며 그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그래! 하이데, 나를 사랑해다오!
하이데의 사랑으로 나는 잊어야할 모든 것을 잊어버릴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너의 한마디(그럼요, 사랑해요!)가 기나긴 삼십 년동안 내가 얻었던 온갖 지식보다 훨씬 내 눈을 밝혀주었단 얘기야. 하이데, 내겐 이 세상에 너밖에 없다. 하이데가 내게 있음으로 해서 나는 살 수도 있고, 괴로워할 수도 있고, 행복해질 수도 있어.

프랑스 문학은 사랑 하나에 죽고 못산다기보다
그정도 사랑을 여러번 할 수 있다는 식으로(ex)기드 모파상의 단편 소설 ‘의자 고치는 여인‘에서 의사의 언급)
표현하는 걸 뒤로 하고서라도, 하이데와의 관계성은 결코 메르세데스를 대체하지 않는다.

어떤 의미에서는 순수한 하이데가 백작의 복수극을 돕거나 지켜봤음에도 사랑이 변치않는건, 메르세데스와 달리 하이데의 사랑이 더 단단하다는 걸 의미한 것 같기도 하다. 나이차도 이걸 강조하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겐지이야기에서 히카루 겐지가 무라사키노우에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도 이런 복합적인 사랑의 관계성때문이다. 다만 생사를 오고간 것과 같은 아픔을 공유하는 점에서 이쪽이 더 끈끈하다.)

남들이 아버지와 오빠와 남편을 사랑하듯, 전 당신을 사랑해요! 사람들이 생명을 사랑하듯, 하느님을 사랑하듯, 저는 당신을 사랑해요!

복수극이 본질인가?


사실 이 작품을 ‘복수극’이라고 보는건 다소 편협한 관점이다. 굳이 짚어보자면 ‘인과응보’가 본질에 더 맞을 것 같다. 작품 내에서 에드몽 당테스가 은혜를 받은 이의 가족이나 후손을 돌보는 장면도 꽤 나온다. 그렇지만 이런 인식인 것도 이해는 가는게, 다른 서사보다 당글라르, 페르낭, 빌포르가 자승자박으로 당하는걸 보는 게 재미있다. 그 과정에서 관련없는 악인도 그에 걸맞는 결말을 맞이한다.

복수를 할 가해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인성에 발목잡히고 주인공은 그걸 살짝 건드리는 역할만 하는 부분은 현대에 나온 복수극에서도 나오는 구조이다(이 걸 잘 살렸다고 생각하는 드라마가 <더 글로리>)

다만 복수로 인해 무고한 인물들이 희생당하기도 한다. 이걸로 까는 것도 뭐한게, 만약 백작이 관여하지 않았다면 발링턴 양은 독살되어 죽었을거다. 이 결말은 복수가 결코 아름다운 결말이 아니라는 경고의 의미로 봐야할 것이다. 적어도, 이런 결과마저 감당할 각오로 복수에 임한다면 그건 결코 정당하기만 할 수 없다.

메시지


격동의 시대에 쓰여진 이 글은
단순히 복수극을 통한 자극을 겨냥한 글은 아니다.
몬테 크리스토 백작이 마지막에 남긴 메시지는 분명히 그것을 강조해주고 있다.

기다려라, 그리고 희망을 가져라!

물론 에드몽 당테스같은 천운으로 인연을 만나
부자가 되어 금의환향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지만 작중에선 이 복수극에서조차 착한 사람은
직간접적으로 구원받는다. 자신의 본분에 충실하고, 인연을 함부로 짓밟고 조롱하지 말고,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면 - 그런 태도를 유지하면 자신도 모르는 형태로
보답을 받을지 모른다. 세상은 하나의 큰 계획일지도 모른다잖나.

지금 연재소설로 내놔도 인기가 많을 정도로 재밌게 쓴 소설이며 당시 시대상도 엿볼 수 있으니 좀 길더라도 완전판을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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