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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39) - 국보(상:청춘편)

……자기, 가부키가 너무 미워서 견딜 수가 없는 거지? ……그래도, 그걸로 됐어. 그래도 하는 거야. 그래도 매일 무대에 서는 게 우리 배우라는 사람들인 거겠지.
(歌舞伎が憎くて憎くて仕方ないんでしょう?でも、それでいいの。それでもやるの。それでも毎日舞台に立つのが、あたしたち役者なんでしょう。)

원래 여유롭게 읽고 싶었는데 측간소음 + 빗소리등으로(-_-)잠을 설쳐서 읽고 쓴다. 전자책 기준 400페이지인데 - 그걸 단번에 돌파할 정도로 재미있음.
예상했던 <도죠지>는 생각보다 꽤 비중을 차지했고 - <스가와라 전수 배움의 귀감>이 작품에서 꽤 중요한 터닝포인트의 은유로 사용되어서, 가부키 책을 읽은게 꽤 큰 도움이 되었음.

  그 말에 겐조가 의아해하는 차에 다시 나타난 것이 마츠오마루입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두 사람은 부부였고, 그들의 아끼는 아들이 코타로였다고 합니다.
  마츠오마루는 지금 시헤이를 섬기는 몸이면서도 은혜를 입은 스가와라 승상에게 보답하기 위해 겐조의 됨됨이를 확인한 후, 대신 죽을 아이로 자기 자식 코타로를 내주었던 것입니다.
  서로 충의를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너무나 가혹한 운명. 어른들의 사정을 전부 이해하고 결연히 몸을 바친 코타로의 최후를 겐조가 말해주자, 일동은 슬프게 흐느낍니다.

(소설의 상황과 빗대어지는 작품 선정)

작품의 서술이 나레이션처럼 진행되는데 이것도 극을 해설하는 느낌을 줘서 인상깊게 봤다. 간혹 일본 작품에 이런 구성을 꽤 보는데 아마 이런 분위기를 의도한건가, 싶고.

우리나라에서 이 소설과 흡사한건 <정년이>일것 같기는 하다. 다만, 정년이 서사는 한 시절에 머무르는 것에 비해 이 소설은 말그대로 30세까지의 청춘을 보여줘서 - 예인의 고뇌가 더 적나라하다. 슌스케와 키쿠오의 입장이 둘다 이해가 되는 상황이랄까…솔직히 각자의 입장에서는 상황이 이해가 되는데 하편에서 타케노가 좀 거슬리지 않을까 싶다.(…)그런데 동일 저자의 <분노>를 읽으면서 악역이 나온들 옳은 방향으로 진행되기에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을듯.

소설로 치면 분노가 더 취향이긴 했으나, 가부키를 소설로 어떻게 옮길지가 무척 궁금했고 - 예인의 복잡한 심정을 어떻게 풀어냈을지가 궁금해서 읽었는데 생생하게 전달되었음. 무엇보다 가부키 고증이…

처음엔 타케노를 비롯한 제작진도 예를 들어 아마추어 소리꾼이나 절대음감의 소유자 같은 정상적인 참가자를 전국에서 모집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시청자가 좋아하는 건 트림이나 방귀뿐. 전문가가 들으면 눈살을 찌푸릴 공무원의 샤미센 연주 같은 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영화화도 난해한 상황이 초기에 있을 정도로, 어느 나라건 전통 소재가 대중성을 얻기는 힘들고 - 이 작품에서도 ‘잘생긴 남자배우’라 잠깐 이슈화가 되는 정도다. 게다가 그 엄격함은 이래저래 현대사회에서는 비판 소재로 화두가 되기 쉽상인데, 그럼에도 이 작품이 흥행한 이유는 ‘가부키’라는 소재가 몇백년을 거쳐온 것이고, 유행이나 대중문화를 넘는 불변의 것을 잘표현했다는 의미도 될 것같다.
서머싯 몸이 말했듯 이런 길은 하고 싶다가 아닌 해야만 한다는 쪽이어서, 말그대로 ‘하지않으면 죽을 것 같으니까’ 한다는 소리다. 도망갔지만 계속해서 숨쉬듯 연기를 놓지 않았던 슌스케처럼.

너한테 한 가지만 말해두고 싶은 건, 무슨 일이 있어도 너는 예술로 승부해야 한다는 점이다. 알겠니? 아무리 억울해도 예술로 승부를 겨뤄야 한다. 진정한 예술은 칼이나 총보다 강해. 너는 네가 가진 예술로 언젠가 원수를 갚아야 한다. 알겠지? 약속할 수 있겠어?

혈연을 우선하는 시선에 대한 작가의 생각도 재미있었다. 4살부터 시작한, ‘경력’으로 치부했기 때문이다. 키쿠오의 재능과 알맞게 대치해보면, 슌스케는 오히려 꾸준함, 노력이 강조된거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혈통으로 대접받는’ 쪽은 키쿠오쪽으로 엮이며 그걸로 괴로워하는 것도 현재까지는 키쿠오다. 다만, 혈연이 아니기에 넘을 수 없는 선은 분명히 있으며 - 찾아본 결과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이로 인한 갈등이 드러나는 듯.

그래도 좀 열 받네. ……응, 뭔가 생각할수록 화가 나. 안 그래? 결국 이 세계는 혈통이 전부란 거잖아. 혈통 말고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거잖아. 아니, 물론 슌도령을 나쁘게 말하려는 건 아냐. 하지만 이렇게 10년 동안 필사적으로 살아온 도련님하고, 마음에 안 든다고 불쑥 가출했다가 또 불쑥 돌아온 슌도령의 대우가 이렇게 다른 걸 보면,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거야.

하지만 정작 키쿠오는 슌스케가 돌아왔기에 ‘가부키’배우로의 정체성이 꿈틀거리는 묘사가 나온다. 실제 가부키 배우들도 라이벌과 선의의 경쟁자로 관계를 유지한다 한다. 좋은 예술에는 적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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