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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계획

016. 꿈


일레인은 정신이 몽롱해졌을때 어린시절의 꿈을 잠시 꿨다. 증조모와 함께하던 시간은 그의 인생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좋은 시간이었다. 달콤한 과자와 함께 가지는 티타임, 증조모가 들려준 흥미로운 얘기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증명이라도 된듯한 물건들(물론 골동품점의 모조품이라는건 후에야 알게 되었다)

그중 일레인이 가장 재미있게 들었던건 소년의 이야기였다. 금발머리에 부자이지만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대했던 밝고 다소 엉뚱한 아이. 무엇보다 이 이야기를 할때의 증조모의 얼굴에서는 잠시나마 화색이 돌았다.

-당시 난 책을 읽지못할정도로 가난했는데 항상 날 위해 제 아버지의 서재를 몰래 열어주었지. 내가 가장 즐겨읽은건 추리소설이었어.
-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어?
-글쎄, 마법사가 되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힘들어도 그때가 가장 행복했어. 적어도, 나에게 그 사람은 마법같은 존재였지.

증조모는 그렇게말하며 일레인에게 선물을 내밀었다. 수정구였다.

-네 할아버지는 이걸 받기 싫어했지만 너에게는 꼭 주고싶구나. 넌 날 닮았으니까.
-진짜?
-혹여나 깨더라도, 일부를 부적처럼 간직하렴. 그럼 어디서든 그 사람이 널 지켜줄거야. 알아볼테니까. 마법은 허무맹랑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그 본질은 이 세계 어디든 존재한단다.

가족들은 증조모가 너무 힘들게 살았기에 현실을 회피하려 허무맹랑한 얘기를 좋아한다했다. 그러나 일레인은 깨진 수정구의 일부를 몸에 지니고 다녔다. 허무맹랑할지 몰라도 증조모가 수정구를 통해 자신을 지켜줄것 같았다. 증조모는 자신의 얘기를 거의하지 않는 신비로운 사람이었고, 그리고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물려줄 정도로 일레인을 사랑한 것을 잘 알고 있기에.

-할머니, 나 숨쉬기 힘들어요…

일레인?

낯선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눈을 떠 알아볼 새도 없이, 일레인은 기절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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