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인은 로드모어가 숲으로 도망갔다는 말을 들었을때 근거있는 확신이 생겼다. 숲은 고블린왕국으로 향하는 입구가 존재했는데, 그 미치광이왕이라면 옛 동맹이었던 그에게 손을 댈 것이다.
고블린이라는 종족은 괴팍한 외모와 탐욕스런 성격으로 고대에 많이 학살되어 지금은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그럴수록 그들 종족에 새겨진 탐욕은 더 강하고 깊게 발현되었다. 그들의 왕의 탐욕은 왕답게 누구보다 질겼고, 그는 부하를 시켜 숲에서 길을 잃은 나그네의 푼돈을 뜯어낸뒤 부처 스트리트에 넘기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말하자면 공생관계라는 거다.
홉고블린은 우기자면 동족으로 볼 수도 있는 위치와 생김새다. 본인들이 보기에는 전혀 다르지만 말이다. 여기에 로드모어는 도망치때 빼돌린 재산이 있었다. 사실 이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로드모어를 산 채로 잡아야하긴 했다 - 가엾는 생존자들과 유가족을 위해서. 그러니 로드모어는 그 간악한 말솜씨로 고블린 왕을 꼬드긴 뒤 한상 가득히 대접받고 휴식을 취할 것이다.
관리인은 사라진 로드모어의 흔적을 보고 확신을 가졌다. 로드모어는 당분간은 고블린 왕국에 머무르겠지만 그리 오래 있지는 않을 것이다. 로드모어는 찾아야할 대상이 있었다, 이게 관리인이 로드모어를 즉시 죽일 수 없는 두번째 이유다. 그또한 관리인이 찾아야할 존재이기 때문이다.
관리인은 때마침 근처에 인어연안이 있다는걸 기억했다. 외부인을 배척하지만 치유제를 많이 보유한 종족이다. 흑진주같이 까맣고 윤이나는 피부와 대조되는 수정을 조각한듯한 푸른비늘이 신비스러움을 자아내고 성품은 대부분이 선한 종족이다. 그들의 선조가 인간과 사랑에 빠진 적도 더러있기에 인간을 들여놓지는 않더라도 죽어가는 인간을 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관리인은 일레인을 부축하며 연안으로 향했다. 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져갔다. 관리인은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자신이 알던 ‘일레인’과 연관된 것일까, 아니면 전부 극악한 확률의 우연인 것일까? 관리인은 모처럼 어린시절의 기억을 한번 떠올려보았다. 들판에서 수다만 떨어도 세상이 전부 자신의 전부로만 느껴지는 시절을.
-그녀가 내 이름을 뭐라고 불렀더라?
때마침 인어연안에 가까이 다가왔다. 관리인은 일레인을 숨기고 인어의 존재를 살폈다. 그녀들은 산호를 조각하거나 조개를 이용해 연안을 장식하는 걸 즐겼고 호의를 가진 사람에게는 그것을 건네기도 했다. 인어연안은 인어를 제외하고도 그자체로 아름다웠기에 다들 그 존재를 존중했다.
그러나 관리인이 본 연안의 아름다운 조각들은 전부 부서져서 모래잔해와 엉켜있었고, 인어들은 온데간데없이 해초만 널부러져있었다.
울고있는 어린 인어의 목소리만 구슬프게 파도와 화음을 엮어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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