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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계획

026. 분열조장


“인간따위에게 속지 마십시오! 우리는 지금 하나로 뭉쳐야합니다.“

남자인어는 아까전보다 흥분하며 관리인의 말에 끼어들었다. 그러나 관리인도 이에 지지않았다.

”단단해지기 위해서는 균열을 우선 파악하는게 더 중요하지요.“
”우리 종족은 모든 위기에서 뭉쳐지며 대처해왔네. 인간따위가 훈수질을 하려하지마라!“
”하지만 누군가가 인어연안에 대해서 밝힌건 사실이잖습니까? 인어연안에는 본디 인어들이 허락해야 접근이 가능했던 통제구역이 아니었나요?”

관리인이 헛기침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뒤 이어말했다.

“제 추측으로는 이럴것 같군요. 누군가가 마녀의 부탁으로 이같은 혼란을 초래한겁니다. 마녀는 인어의 비늘이 필요했고, 그는 혼란이 필요했던거지요. 왜냐하면 마녀는 두번다시 이곳에 오지않을테지만 여러분은 이걸 마녀가 한 짓으로 인식해서 마녀, 인간을 경계할 것이 뻔하잖습니까? 그렇게해서 뭘 얻는지 모르겠지만…아니, 잠깐…좀 알거같기도.“

그렇게 말하고 관리인은 말을 멈췄다. 남자인어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자가 중요한 포인트를 집어줬군! 우리가 경계할건 인간이야. 애시당초 인간이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이런 상황도 오지 않았겠지. 우리는 이 구역을 다시 통제해야해. 이 인간들마저 처리하고.”
“죄송하지만 대화에 끼어들어도 될런지요.”

바로 이때 일레인이 나섰다. 무언가 정리된 듯 후련한 눈치였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고보니 제가 처한 상황이 이해가 가는군요. 저는 상처를 입고 혼절해 있었는데, 그때 제가 그 마녀의 혼잣말을 일부 들은 것 같습니다. 그 마녀는, 제가 안고있던 아이를 죽이려했어요.“
”오, 세상에!“

아이를 안고있던 인어가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그러나 망설이는 듯 했죠. 보아하니 죽이려했지만 죽일 생각이 들어 포기한 느낌인듯 했어요. 제가 정신이 들고보니 아이는 혼자남아 울고 있었죠.
그런데 그녀의 혼잣말과 맞춰보니 뭔가 이상한 걸 발견했습니다. 아만테…의 어머님. 어쩌다 아이를 놓치게 된겁니까?“
”그…건…“

아만테의 친모는 아이를 안고있는 자신의 손을 맞잡으며 겨우 말문을 뗐다.

”갑작스런 습격에 놀라서…아만테는 모래해변에 올라와 노는 걸 좋아해 저는 멀리서 친구들과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죠…저는 아만테를 데리고 가려고 곧장 아이에게 달려갔는데 트래펄이…아이는 자신이 챙길테니 우선 가있으라 했죠. 실랑이를 벌이던 중에 마녀가 절 공격했고 - 못난 저는 그상태로 기절해버리고 말았어요.”

남자인어 - 트래펄로 불린 사내가 그녀의 말을 이었다.

”나는 아이를 구하려가려고 했네.그러던 중 마녀의 습격을 받아 바다에 빠지고 말았어. 이 상처가 보이나? 정신을 차릴땐 이미 모든 상황이 종료된 터였어. 아이가 마녀에게 희생되었을거라 생각해 비통한 마음을 이루 말할 수가 없었고, 그래서 인간을 더 증오하게 된거야!“
“제가 마녀의 입에서 들은 말을 고대로 읊어드리죠.”

일레인은 냉정한 목소리로 토씨 하나 틀리지않고
들었던 그대로 읊었다.

그 자식은 저런 어린애를 여기에 남긴거야?
저걸 죽이기에는 좀 찝찝한데.
하여튼 동족이라는 것들이 더 하다니까.
인어가 순수하기는 무슨

인어들은 그 말을 듣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아이를 남겼다니 대체 무슨 소리야?”
“우리에게 어린 아이들이 얼마나 귀한지 알고 하는 소리야?“
”마녀의 궤변이다. 우리를 이간질하려는 거야!“

인어들은 입을 모아 일레인을 비난했다.
아만테는 그 상황이 마음에 들지않은건지 울음을 터뜨렸다.

“으앙!”
“진정들 하게!“

타이밍좋게 노인이 날카로운 소리로 그들을 진정시켰다.

“자네들의 말은 우리중 누군가가 일부러 인어연안에 마녀를 초대하고, 그녀가 횡포를 부리게 방치한다음 아이를 희생양으로 인간을 향한 증오를 심게 만들었다는 것인가? 하지만 대체 왜? 그렇게해서 무슨 이득이 있다고?“
”인어종족에게 그리 이득이 있진 않지만, 어떤 흐름에는 중요한 목적을 가지지요.“

관리인이 말했다.

”여태까지 인어들은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여왕에게 거래를 통한 보호만 받고있지 않습니까.“
“그랬지, 우리들은 근방의 적에 대한 보호를 받고 내부의 일은 자치를 통해 하고있어.“
”몰살당한 홉고블린 왕국과 상황이 비슷했군요.”

관리인의 말에 노인은 처음으로 표정이 일그러졌다.

“대체 그게 무슨…?”
“이런 말을 하기는 싫지만 - 제가 만일 인간을 싫어하는 인어라면, 나아가 여왕의 통치를 받기 싫었던 인어라면 - 이런 일을 벌이지 않았을까 싶군요. 대체 ‘너머’의 종족 누가 여왕을 적대하려할까요? 누가 그렇게까지 강력하죠?”
“자네의 말은…우리 종족의 희생이 강자들의 세력싸움에 휘말렸다는 말인가?”

관리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 반대겠지요. 누구도 ‘아직은’ 여왕을 적대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혼란이 필요했겠지요. 여왕이 더이상 자신들을 돌보지않으니 다른 세력의 힘이 필요하다는 커다란 흐름이 - 자, 대다수의 인어여러분은 자신들만의 세상에 갇혀 모르시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이중에 진실을 알아버린 자가 있는
듯 하군요. 그리고 그걸 동족을 희생할 정도의 가치가 있는 대의라고 착각하는 자가. 그자가 누굴지는, 여러분이 스스로 판단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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