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레인은 간신히 눈을 떴다. 피를 흘린탓에 어지러웠지만, 의식이 들자마자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경각심도 함께 일깨워졌기 때문이었다. 살아있기는 한건가? 로드모어는?
그러나 눈앞에서 그를 보고 있는건 의외의 인물이었다.
“깼으면 일어나.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으니까.”
눈앞에는 로드모어 대신 자신이 내보냈던 금발의 남자가 있었다. 일레인은 간신히 몸을 일으키고 남자를 향해 물었다.
“여긴 어디죠? 로드모어는…”
“놓쳤어. 그나마 다행인건 ‘너머’로 이동할때 로드모어가 이곳으로 도망쳤다는거야. 그 말은 찾을 수 있는 곳이 한정되었다는 소리기도 하지. 문제는 너야.“
일레인은 남자의 태도가 아까와는 180도 다르게 냉정하고 예리해진 걸 체감했고 그탓에 주도권을 빼앗긴 느낌마저 들었다.
”문제가 나라뇨? 난 경찰이고 댁은-“
”일단 댁이 아니라 여기서 내이름은 ‘관리인’이야. 네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이렇게 부르도록. 정확히는 네 존재가 문제인거지. 호모 사피엔스, 인간. 여기 양반들은 인간이라면 찢어발기고 싶을 정도로 증오하거든?“
”그게 무슨…아니, 동족을 혐오라기라도 한다는 겅에요? 게다가 당신도 인간이잖아요!“
남자 - 관리인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나와 아가씨의 지위는 여기서는, ‘너머’에서는 차원이 달라. 그래서 널 원래 있던 곳에 되돌려놓고 로드모어…그 미치광이를 쫓고싶기는한데…문제는 통로가 언제 열릴지를 나도 모른다는 거야. 널 여기 가만있으라 냅두면, 로드모어보다 더한 미치광이들이 널 찢어먹을게 뻔하고“
일레인은 이래보여도 지금까지 위협을 무수히 넘어왔다. 그러니 이런 식의 협박성 말은 익숙했다. 허세에 불과하기 때문이니까. 그러나 남자의 말에서 그럴 의도는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관리인은 그 나름대로 해결방법을 혼잣말로 되풀이했다.
”일단 여왕에게 데려가는 수밖에 없나…그녀는 인간에게 우호적이니까. 그래봤자 중립에 가깝다는 거지만…그리고 너뿐만이 아니라 로드모어도 찾아서 보호해야해. 그 참사의 진상을 밝혀내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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