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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한국 오컬트물이 쓰는 공포유발방식

곡성 - 악마가 현실에도 존재할 수 있다는 공포


범죄영화나 다큐를 보고보면 기묘한 기시감이 드는 영화다. 여기에 고립된 지역에서 항상 보이는 제노포비아 경향도 반영되었는데, 일본인을 기용한 이유도 그 부분을 극대화시키려 했던 것 같다(사실 영화를 보면 아시아 어느나라 사람을 기용했어도 이정도 공포는 유발했을것 같다. 하지만 그나마 해외에서 가장 와닿는 공포관련 분위기는 일본이 익숙하니(어릴때 들었던 괴담류가 그러했듯)일본인을 택한 느낌? 작중 공포는 일본인이어서가 아니라 캐릭터 그 자체에서 나오기도 하니…

그러면서 생각하기를 이 영화감독의 필모를 보고 오컬트물이 다소 뜬금없다 여겼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래서 더 이런 오컬트물을 만들 수 있던게 아닐까싶다. 그도그럴게 오컬트물 중에서 실제에 가장 일어날 수 있는 일을 꼽자면 곡성이 가장 근접할 것이기에. 솔직히 이걸 악마로 유발되는 공포라 여겨야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굳이 따지자면 현실에도 있는 악마와 가상의 악마가 겹쳐져, 우리가 경계해야할 대상은 악마가 아니라 현실에 있음을 은연중에 전하는게 리얼할 공포로 다가오는 거라 생각한다. 무당의 역할이 추리소설에서 해결을 담당하는 탐정이 역할이 아닌 점까지 포함.

왜 가족을 타겟으로 했는가에 대해서는 결국 가족이기에 문제의 해결을 덮으려는 점, 그래도 가족인데 ‘살려야하지 않겠느냐’는 점들이 도리어 문제를 키우는 점을 꼽고 싶었던게 아닐까 싶다. 그래야 제대로 된 퇴치가 이뤄지지도 않고 언제고 이런 일들을 반복할 수 있다는거니.

개인적으로는 워싱턴 어빙의 ‘슬리피 할로우 전설’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 이야기 또한 마을 토착민인 브롬이 마을처녀인 카테리나를 노리는 이카보드 크레인이라는 이방인을 배척하기위해 목없는 기사전설을 이용하는데, 그 마을 청년과 곡성이 자신의 나와바리라 주장하는 종구의 모습이 겹쳐지는 느낌. 다만, 이 이야기와 달리 이 마을은 결국 이방인때문에 곳곳에서 곡소리가 울려퍼지게 되었으니 반대 상황이다만…

사바하 - 믿고있는 무언가가 전부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공포


사바하의 경우는 ‘역전’의 공포가 있다. 개인적으로 주인공이 두명이라는 입장인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박목사와 반대 방향에서 할일을 하는 나한을 중심으로 보면 역전을 염두한게 확실히 나온다. 특히 나한의 경우는 사고에서 벗어나는 방식이 마치 알을 깨고 나오는 병아리를 보는 듯했다. 바깥으로 깨면 쉬워보여도 알에서 나오는 과정은 실은 그리 만만한게 아니다.

이 역전의 공포는 현실에서는 가스라이팅이, 크게는 맹신을 볼 수 있다. 불신이라는 부정적인 개념을 강조하며 잘못된 믿음으로 몰아넣지만, 종교라는건 스스로를 영적으로 충만하게 하는 것이지 스스로를 꺾으며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를 착취하며 만족하거나 이득보는 자가 있다면 그것은 종교가 가진 진정한 의미를 왜곡하는 거나 다를 바없다.

불신의 사회인 만큼 믿음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 믿음에 대해 본인의 전부를 쉽게 맡기는건 경계해야한다. 종교의 경전을 왜곡하는 자들의 감언이설을 듣기보다는 차라리 직접 읽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 이 부분은 곡성에도 적용된듯하다.
다만 누굴 믿을지에 대해서 의문을 품는 방식이
타인를 경계하고 선악여부를 판별하는 쪽,
즉 이것도 현실과 밀접한 영역이기에 따로 뺄 정도는 아니라 생각한다.

악은 절대 악마의 얼굴을 하고 다가오지 않는다.

방법 - 일상의 별거 아닌 말들이 사람의 생을 좌지우지 할수 있다는 공포


방법에 나오는 ‘저주’라는 개념은 오히려 일본쪽에서 통용되는 개념이다. 그러나 요즘 인터넷에 올라오는 말들을 본다면 언령으로 하는 저주라는건 실제로 있을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그게 저주라는 생각보다는 오히려장난에 가깝게 생각하다는 거다. 이런점으로 보면 차라리 저주라 여기는 일본의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생각될 지경이다.

예전에 악플이라는건 설령 비판이 담겼다고해도 안다는 것이 맞겠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본인들은 돌멩이 하나 던지는 것처럼 보여도, 그 돌을 여러개 맞는 입장이 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물론 비판을 당해도 싼 인물들이 있고 현실의 공권력이 그들을 올바르게 벌하지 못한다는 점도 맞지만, 그것을 개인의 판단을 기반으로 사적제재를 가하는 것 또한 옳지않다.

말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이 사실을 알아도 험한 말을 내뱉을 사람들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는 정말 자신이 말한 사람이 죽는다면 놀랄 것이다. 그정도 무게로 말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하지만 말이란 것은 내뱉는 순간 이미 자신의 전유물이 아니게되고, 자신과 같아 보이는 사람이 실은 장난삼아 던진 돈에 맞아죽는 개구리일수도 있는 것이다.

경찰은 악령이 주축이 된 포레스트의 전무를
취조하며, 알면서도 하는 것 만큼 악마보다 더한일은 없다는 뉘앙스로 말한다. 저주를 내뱉는 사람 그 이상으로 이걸 이용하는 사람 또한 악인이라는 것

이런 관점으로 볼때
수많은 악플, 악한 의도를 가진 행위를
방치하는 사이트를 간과하는 것이
포레스트를 방치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을까?

+

사실 사바하나 곡성은 ‘믿음’이 주제가 되는 점에서
유사점을 보이는데 사바하는 종교 > 인간의 관점이면
곡성은 인간 > 종교의 관점이라 더 리얼하게
다가왔을듯.
이걸 낚시라고 하는 리뷰를 봤는데
낚시보다는 본질을 보지 못하고 말에 현혹되는 악의 성질을 잘 표현한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