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01) : 애스터로이드 시티
나는 웨스 앤더슨의 작품을 사랑한다.
예쁜 디자인, 아기자기한 미니어처로 잘 알려진 감독이지만 난 이 감독이야말로 가장 뛰어난 서사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보고 그의 전 작품을 전부 보고 지금도 그의 영화라면 꼳 챙겨보는데, 그는 내가 아는 감독중 인종을 가장 편견없이 그려내는 감독이다. 나는 유일하게 이 사람 영화에서만 인종을 상관하지않고 등장인물에 집중할 수 있었다.
웨스 앤더슨을 사람들은 예술영화, 힙스터 감독이라 말하는데 나는 의견이 다르다. 가장 순수한 주제를 자신의 표현방식으로 그려낼 뿐인데 그것을 잔혹하게, 위트있고 친근하게 전달한다. 우리는 이 가장 순수한 주제를 삶이라고 칭하고 있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는 것, 본의아니게 현실에 휘말리는 것, 계속해서 삶의 의미를 찾고자하는 것 - 전부 우리가 하고 있는 일들이 아닐까. 마찬가지로 영화의 등장인물처럼 개개인의 삶은 고통스럽고 치열할 수 있으나 누군가가 보기에 우리의 삶은 웨스의 영화처럼 아름다울 수 있다는게 아닐지.
애스터로이드 시티도 그 특성을 또 다시 반복하고 있다. 이 영화는 배우들이 애스터로이드라는 도시에서 외계인을 기다리는 ‘연기’를 하고 있다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그 의미를 사람들은 잘 모른다. 다즐링 주식회사에서 엄마에게 삶의 의미를 묻는 형제들이 생각나기도 한다.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누가 있을까? 어쩌면 우리도 배우이고 삶을 이해한다는건 자신의 역할을 이해한다는게 아닐까? 다만 드라마와 영화, 연극과는 다르게 우리는 이 ‘삶이라는 극’이 언제 끝난지를 모른다는 것일뿐.
가장 인상깊은 장면은 이것. 어기 스틴백 역할을 맡은 배우는 잠시 극을 쉴때 담배를 피우러 바깥에 나가는데, 그곳에서 어기 스틴백의 사별한 아내역을 맡은 배우를 우연히 마주하게 된다. 이 연출은 마치 어기 스틴백이 사별의 고통을 잊지못해 아내를 현실이 아닌 영적세계 너머에서 만나는 연출처럼도 느껴진다. 아내역의 배우는 다독이듯 어기 스틴백이 사별을 이겨낼 수 있는 조언을 해준다.
All my pictures come out.
사진은 언젠가는 나오게 된다. 그렇듯 추억도 사건도 언젠가는 뒤로하고 나아가야할 시간이 온다. 삶이라는 연극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역할에 몰입해야할까? 여러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철학적인 영화, 그리고 그 역할이 지루하지 않게 군데군데 들어간 위트가 볼만한 영화다.
나는 웨스 앤더슨의 영화를 가족이나 주변사람에게 마음의 상처입은 사람들이 본다면 틀림없이 위로를 받을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웨스 영화가 마음에 들었다면 꼭 아트북도 보길 바란다. 웨스의 영화덕후 기질을 알 수 있는데 국내에서는 간략하게 영화언급하는 책과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정도만 정발되어 구할 수 있는걸로 안다…심지어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원서급임.
프렌치 디스패치 아트북에는 봉준호 감독도 깜짝 출연한다. 스티브 박도 사단에 합류한 느낌이라 이 작품 이후로 꾸준히 나올거같아 기대하고있다.
+
개인적으로 느끼는 웨스 영화 입문 추천
(입문)
문라이즈킹덤,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기본)
스티브 지소의 해저생활, 다즐링 주식회사
로얄테넌바움, 개들의 섬
(심화)
프렌치 디스패치, 애스터로이드 시티
헨리 슈거의 기묘한 이야기 넷플 단편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