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 엔딩을 납득한 이유
-그 엔딩이 작가가 원하는걸 못푼것에 가깝다는걸 30권의 작가말들 보고 알았기때문임. 애시당초 이 만화를 파고 지지했던 이유는 작가의 성향이, 일본사회의 문제를 대놓고 지적했기 때문이었음. 특히 전반적으로 체제의 개선점이 개인의 내부변화보다 체제를 무너뜨린다는 점으로 체제의 문제로 꼽았기에 신선했음. 전체적인 성향이 드물게 할리우드 영화취향이고, 실제로도 작품내에서 흑인이나 미군이 꽤 디테일하게 그려짐. 다만 이게 일방적으로 미국의 문화를 맹신하는게 아닌 나름의 고증으로 그려진점, 일본 그 자체를 일방적인 피해자로 묘사하기보다 ‘정부(상층부)’와 입장을 확실히 분리해(16권)묘사한 점 또한 괜찮은 접근이었다 본다.
여기에 이지메, 일본의 사법문제(유죄판정확률)나 스모판의 성차별적문제, 고산케 성차별문제…나오지는 않았지만 주술연, 왜국대란이나 센다이가 주요 지역으로 언급된걸로 봐서는 ‘아이누’관련 요소도 기회가 있었다면 풀었을 것임.
나열한 것만으로도 ‘와(和)’정신을 강조하는 일본사회에서 밉보일게 너무 뻔하지 않은가?
난 왜 마키 에피소드에(17권) 대해서 일본 웹의견이 이렇게 부정적일까 싶었는데, 이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꼽았던게 ‘무고한 젠인가는 왜 희생이 되어야했는가’였음. 그런데 결국 젠인가라는 틀안에서 혜택을 누렸다면 그건 동조자 아닌가. 애시당초 전원이 마키, 마이의 희생으로 이득을 누리려한걸 묵인했기에 간접적으로 가해자나 다름이 없음. 이 작가는 이미 준페이 사건의 원인을 가해자뿐만이 아닌 무관심했던 담임, 방관했던 급우도 간접적으로 지목을 했었음. 그러니까 결국 웹의 저 반응은 이게 일본의 암묵적인 관습에 상당히 거슬렸을 거라는 것.
작가는 주술계라는 체계를 각기 마키(젠인가)와 고죠(상층부)를 통해 이미 부술것을 상정해뒀고, 텐겐이 진화하고 그를 삼킨 시점에서 체제, 관습은 무너질 빌드업을 보였음. 이게 왜 중요하면 리코의 불행자체는 ‘성장체’라는 운명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임(23권)즉 텐겐이 없다면 성장체일 운명을 지닌 희생자도 없음. 이 엔딩이 스쿠나라는 강적을 무찔렀음에도 그정도의 카타르시스가 오지못한건 체계는 그대로 유지되고 가장 재미있는 떡밥들은 위의 이유로 풀리지를 못함.
그러니까 주술이라는 작품에서 저 부분에 매료된 독자라면 당연히 엔딩이 와닿을리가 없음. 나는 본지에서 작가가 ’원하던 엔딩‘이라는 부분에서 납득을 못했으나 단행본 글을 보고 이해함. 그나마 주어진 조건에서 원하는 식으로 마무리를 이정도밖에 지을 수 없었다는게 안타까울 따름임. 반대로 생각하면 일본 사회는 이 정도 문제지적도, 인기작이었음에도 후반부를 망칠정도로 억압중이라는 것이기에 일본애만을 예전처럼 볼 생각은 없어졌음. 모노노케처럼 소신을 표현하거나 주술작가의 차기작 정도면 모를까.
-두번째로는 작가가 만일 미완성 엔딩이 불가피했다면 그 의지가 어떨지 판별했음. 이 작가는 이미 앞에서 못그린 엔딩을 위한 빌드업을 충분히 떡밥으로 넣어두었음. 그래서 더 엔딩이 이해가 가지않았고…
엔딩을 차라리 연중을 내는건 어떨까 싶기도 했는데,내가 오마주나 모티브를 답습하면서 느낀건 작가가 이 작품에 애정이 아직도 상당하다는 것이었음. 주변사람(담당편집자나)에게 민폐를 끼치는 걸 좋아할것같지도 않으니 이런식으로나마 마무리를 지은듯.
작품 자체의 엔딩이 은연중 꿈과 현실의 애매한 경계처럼 끝나서 이으려고하면 후에 얼마든지 이을 수 있음. 다음작품에 볼수있으면 보자는 말도 남겼기에 펜대를 꺾은건 아닌것으로 보아, 본인이 현실에 타협하지만 않는다면(작가의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이니 잡지사 바꿀거아니면 적당히 꼬아서 표현해주면 좋겠다. 알사람은 알테니까)얼마든지 다른 형태로도 이어 그릴확률이 있기에 그 부분을 고려해 저 엔딩으로 작품을 규정짓지않기로 했음.
슈에이샤가 자유로운 작가의표현방식을 내비추는 잡지라는 시선은 버리는게 좋음. 누라리횬 작가가 여기서 버젓이 일본제국군 옷입은 만화 연재하는데 불쾌감이 앞서더라. 귀멸이야 설정상 왜색이 짙고 애니도 잘만들었으니 이 부분에서 조건만족이고.
-마지막으로 작가가 표현한 연출방식으로 보면 엔딩자체는 충분히 그럴듯하게 해석할 수 있음. 겐지이야기의 ‘키잡’요소에만 중심을 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이 ’모노노아와레(사물이나 경치에 빗대어 사람의 심경을 은유, 단 이쪽은 슬픈감성쪽에 좀더 맞춰져있다)‘감성의 집대성이 주술이라는 작품이기 때문임. 작품의 주요기술인 ’영역전개‘의 기반인 생득영역이 ’마음속(심경)‘이라는 것부터가 그 빌드업인데, 그래서 그런지 영역전개도 후반부에는 기술이 아닌 연출로 드러나더라.
때로 고죠가 죽었다고 여겨 이 부분에 작가에게 화가나거나 실망한 의견을 간혹보는데, 변론을 하자면 고죠가 이 연출이 가장 많은데다 이걸보면 고죠가 단순히 ‘죽어서’ 퇴장한게 아니라는걸 알 수 있음. 그러면 적어도 초인이 된(불교식이면 아라한?)고죠를 그리면 될노릇이 아닌가 싶기도했는데, 위에서 말했듯 고죠는 압도적 인기캐인데도 행적이 위에서 욕먹던 마키와 비슷함. 마키는 처음에는 ‘당주’가 되어 젠인가의 내부를 바꾸려했지만 마이가 죽자 젠인가를 전멸시키고, 고죠는 처음에는 제자를 통해 상층부를 죽이는게 아니라 내부변혁을 꾀한다고했지만 옥문강에서 나오자마자 상층부를 전멸시킴.
고죠의 역할은 단순 선생이 아니라 체제를 변화시킬 핵심이기도했음. 이름부터가 헤이안때 방위에서 중간을 상징하는 이름이기도 했고(五条) 상층부와 충돌이 극대화된 상징인 미치자네의 후손이기도 하니까. 문제는 고죠가 인기캐인데 이 요소가 있다는 것이고 그게
그대로 드러나면 상당한 후폭풍이 있을거라는 것임. 개인적으로는 261의 노골적인 모습에서 작품에 대한 제재가 가해졌을것 같음.(비주얼이 충격적이기도 했고)
그럼에도 작가가 고죠에 대해서 과거로.간것으로 둔게 아니라 미래에 갔음을 암시하는 요소를 깔아뒀기에 결국 간접적으로나마 고죠라는 개념은 제 역할을 일부는 달성했다 볼 수 있음. 이걸 향후 꺼낸다면 나머지 떡밥도 회수할 수 있고.
결국 작가의 말처럼 이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독자에게 달렸음. 사멸회유 스토리가 욕먹는 것치고는 순위가 아주 바닥도 아니었는데, 난 이게 어떤 의미에서는 일본내에서도 저 문제에 대해서 지적을 원했던게 아닐까 싶기도함. 향후 재평가될 작품이라는건 분명함. 일본이 언제 이것에 대해서 나서서 지적을 할 수 있을것이냐가 문제일뿐. (개인적으로는 슈에이샤뿐만이 아니라 코단샤등 다른 잡지사도 한계가 왔다는 입장)
사실 이 작품이 대놓고 트레이싱을 한것도 아니고 오마주 자체는 역대 점프작품에서도 많았는데 유독 ‘표절’논란이나 작품성에 대해서 논란이 많았는데, 물론 원작자의 불쾌함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상관없는 ‘스토리’ 방향성까지도 끄집어내져 욕을 먹는건 이런 부분들 때문에도 없잖아 있을것임.
그러니 부정적인 의견에 굳이 휩쓸리지않고 작품을 좋아했다면, 작가의 소신을 납득하고 기다리는게 좋아했던 팬인 입장에서는 맞을거라 생각한다. 작품이라는건 당대에 혹평들었다고 의미가 없어지는건 아닐테니까. 부디 일본내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조금이나마 이뤄지길 바라본다.